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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29 04:00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삶의 한가운데
 

2017122801616_0.jpg

 

일러스트=안병현

비교는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손에 떡 하나씩을 쥐고 그 둘을 비교하지 않을 도리는 없지요. 하지만 비교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다른 얘기입니다. 내가 큰 떡을 먹기 위한 비교는 욕심이지만, 떡을 골고루 나눠주기 위한 비교는 지혜가 아닐까요?

홍여사 드림
  성탄 전야에, 둘째 아들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손자 손녀가 전화를 바꿔가며 할머니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해주네요. 예수님 믿는 신자도 아니면서, 가슴 속에 등불이 환히 켜지는 기분이더군요. 며느리에게 말했죠. 애들 용돈 조금 부쳤으니 학용품이라도 사주라고요. '학용품'이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인지 며느리는 깔깔 웃으며 그러더군요. 네 어머니 일 년 치 '학용품' 쟁여놓을게요.

전화를 끊고 잠시 뒤, 저는 큰아들네에 전화를 했습니다. 큰며느리가 전화를 받기에 나다 에미야 했습니다. 방금 들은 대로 메리 크리스마스 소리도 하고, 애들 용돈 부쳤다는 말도 하려고 했죠. 그런데 며느리는 제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 예, 어머니, 하더니 그만 아들에게 전화기를 넘겨버리네요. 귓가에 얼핏 들린 말은 '○○아빠 바꿔 드릴게요'뿐···.
 

아들과 잠시 통화를 하는 동안 제 마음은 며느리에게 가 있었습니다. 며느리에게 시어머니의 전화라는 건 어떤 것일까? 그러고 보니 큰딸이 신혼 때 한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놈의 전화가 뭔지, 시부모님이 하도 전화 자주 하라고 목을 매셔서 그야말로 목이 졸리는 기분이라고요. 우선 할 말이 없답니다. 간밤에 잘 주무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하고 나면 혀가 굳는답니다. 차라리 만나서 대화하면 표정이라도 살피는데, 전화는 그것도 안 되니 오해하고 오해받기 십상이라고요.

그 말 듣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가 새댁이던 시절에는 전화 스트레스라는 건 없었는데, 세상이 편리해지니 그런 부작용도 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지요. 나는 밑의 두 아들 장가보내도, 아들 며느리한테 전화 자주 하라 마라 소리는 절대 안 해야겠다. 오면 받고, 안 오면 말고 할 말 있으면 내가 하자 했지요.

결심대로 그렇게 15년을 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결과가 참 재미있네요. 우리 무뚝뚝한 맏사위는 명절이나 생일에 맘먹고 한 번씩 전화합니다. 딸은 귀찮을 정도로 자주 하다가 뚝 끊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몰아치듯 자주 하지요. 큰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놓고 안부전화 합니다. 둘째 아들은 제 발로 찾아오면 찾아왔지 전화는 안 하고요. 큰 며느리도 거의 전화를 안 합니다. 제 전화를 받는 것도 얼마나 힘들어하며 쩔쩔매는지 모릅니다. 그에 비해 둘째 며느리는 또 연사흘을 띄우는 법이 없이 자주자주 합니다.

모든 게 성격대로 아니겠습니까? 남의 자식 비교하기 전에 제 아들 둘만 해도 자랄 때부터 성격이 판이했거든요. 큰 녀석은 생각이 깊고 행동이 좀 무거웠죠. 궁금하든 안 하든, 어머니 안부를 물어야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게 바로 그 애 성격입니다. 그런가 하면 둘째는 엉덩이가 좀 가볍습니다. 형식적인 전화통화하고 앉았느니 윙 운전해서 달려오는 성격이죠. 며느리들 간 차이도 성격 차이가 주된 이유일 겁니다. 큰며느리는 어른을 유난히 어려워합니다. 풋각시 때의 낯가림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시어머니 전화가 진땀 날 수밖에요. 그런가 하면 둘째 며느리는 그와 반대 성격입니다. 걸걸하고 화통합니다. 그런데 그 덜렁대는 성격에 전화는 잊어버리지도 않고 꼬박꼬박하는 게 신통해서 제가 한번은 물어봤습니다. 아범도 장인·장모님한테 자주 전화드리냐? 그러자 며느리가 왁! 하는 소리를 내놓습니다. 전화요? 저 사람은 생전 안 해요. 제가 다 해요. 양쪽으로요.

그러고 보니 참 고르잖지요. 큰아들과 둘째 며느리는 전화 담당. 그 게으른 짝들은 무임승차. 가끔은 큰며느리와 둘째 아들 목소리도 좀 듣고 싶지만, 그런 말 꺼내면 그게 다 스트레스가 된다 하니 저는 말 안 했습니다. 걔들이 전화는 안 해도, 늙은 어미 안부는 한 번씩 궁금해하겠지 믿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걸까요? 제 전화에 큰 며느리가 보인 반응이 저는 예사로 넘어가지지가 않더군요.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늙은 부모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으면 그렇게 인사 한마디 제대로 않고 옷 먼지 떨어내듯 탁 털어낼 일은 아니지요.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나와는 무관한 전화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 겁니다.

통화가 끝나고도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한참 있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라도 며느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아이는,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습니다. 아랫동서가 성격이 털털해서, 시어머니를 유독 좋아해서 챙기는 줄 안다면 큰 착각입니다. 그 아이도 시어머니가 나름대로 어렵습니다. 때론 귀찮고 싫습니다. 저만의 짐작이 아니라 언젠가 그 괄괄한 성격에 제 입으로 그러더군요. 어머니, 저 일부러 전화 더 자주 드리는 거예요. 며칠 띄우면요, 할 말이 없어서 말이 막혀요. 얘기하다 어머니한테 괜히 꼬투리 잡혀 걱정 들을 때, 안 해도 될 말 해놓고 차후 보고 계속해야 할 때, 저도 힘들어요. 그런데 며칠 안 하면, 하기가 더 힘들어요. 그래서 차라리 매일 하는 거예요.

그 말 듣고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렇구나. 둘째도, 내가 좋아서 전화하는 건 역시 아니었구나. 귀찮아도 해야 하니까, 꾸역꾸역하는 거구나. 그런데 저는 그게 섭섭하지 않고 고마웠습니다. 저 싫은 일은 안 하면 그만인 요즘 세상에, 해야 되니까 자꾸 한다는 게 얼마나 대견합니까?

남들이 싫어하는 일 꾸역꾸역 잘도 하는 사람을 세상은 얕잡아보는 것도 같습니다. 저 사람은 저게 취미인가보다 생각하고 독박을 씌웁니다. 만일 우리 큰며느리가 제 아우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라도 말해주고 싶네요. 걔도 사느라 바쁘고 나름으로는 낯을 가린다고요.

하지만 저는 끝내 전화를 못 했습니다.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알겠으니까요. 어떤 말도, 젊은이 귀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세월과 함께 가슴으로 스며야지요.

대신 저는 둘째 며느리한테 전화할 생각입니다. 2018년 새해엔 너도 전화 좀 어지간히 해라, 말해줄 겁니다. 요새 내가 컨디션도 좋고 하니, 한 일 년 안식년이다 생각하고 시어미 안부는 밀어젖혀 놓으라고요. 무슨 일 나면 내가 전화할 테니, 서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고 맘 편히 살아보자고요. 하긴 그렇게라도 형평을 맞출 수 있는 거잖습니까? 왜 꼭 너도 쟤처럼 자주 하라 해야 하나요. 너도 쟤처럼 드문드문하라 할 수 있죠.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갑자기 모든 게 가벼워지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저의 욕심이었습니다. 전화를 고루 받을 생각만 하고 면제해 줄 생각은 생전 안 해봤으니까요. 전화 가지고 스트레스 안 줬다는 말도 못 하겠네요. 어느 녀석이 얼마나 전화 자주 하나 세고 앉아 있는 늙은이가 하나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게는 큰 짐일 테니까요.

자식들 잘되기를 빌던 새해 소망에 올해는 제 소망을 하나 추가해봅니다. 자식을 기다리지 않고 자식이 궁금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별난 어머니가 되자. 말 없는 시어머니를 넘어 진짜 멋있는 어머니가 되자! 그것도 건강이 버텨주는 다만 몇 년 동안뿐이겠지만 말입니다.

※실화를 재구성한 사연입니다.

이메일 투고 mrshong@chosun.com
독자 의견 댓글 troom.travel.chosun.com


 

출처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8/20171228016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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