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 고
(1) 퇴고의 뜻
이미 작성된 초고를 놓고 그 글에 미진한 점은 없는지,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논지가 잘못 전개된 부분은 없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불필요한 것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원고 쓰는 양식에 어긋남은 없는지 등에 관하여 상세히 살펴가면서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을 퇴고하고 한다.
퇴고란 말을 사용하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당대(唐代)말엽에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시를 한 수 짓다가 승퇴월하문(僧堆月下門) [스님은 달빛 아래 절간 문을 밀친다.]으로 할 것인가,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스님은 달빛 아래 절간 문을 두드린다.]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밀 퇴(堆)로 할 것인가 두드릴 고(敲)로 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노새에 몸을 맡겨 정신없이 길을 가던 가도(賈島)는 맞은 편에서 고관의 행차가 오는 것도 몰랐다. 여전히 '퇴'와 '고'를 중얼거리던 가도는 그만 노새에 탄 채 고관의 행렬을 들이받고 말았다.
가도는 고관 앞에 끌려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앞에 꿇어 엎드려 시를 짓는 일에 마음이 팔려 그리 되었음을 사죄하고, '퇴'와 '고'의 문제를 변명으로 이야기하였다. 고관은 잠시 생각한 후 '그건 퇴보다 고가 나으리라'했다. 이 고관이야말로 당시 경윤(京尹)벼슬을 하고 있던 당대 문호 한퇴지(韓退之)였다.
이 일이 있은 후로 한퇴지는 가도의 친한 글벗이 되었고, 세상 사람들은 글 고치는 일을 '퇴고'라 부르게 되었다.
(2) 퇴고의 원칙
정확하고 올바른 퇴고를 위해서는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첫째, 부가(附加)의 원칙
주로 쓰여진 글에 있어서 빠진 부분과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 보완하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 전에 의도했던 바가 잘 드러나 있는가, 너무 심한 비약으로 중간의 단계를 건너뛰거나 한 곳은 없는가, 논리적인 결함은 없는가 등을 주로 살펴보도록 한다.
둘째, 삭제의 원칙
글에 불필요한 부분이 들어가 있다거나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것들을 찾아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쓸데없이 덧붙여 씀으로써 과장된 느낌을 주거나 표현이 지나쳐서 조잡하고 가식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은 없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러한 삭제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문장은 긴장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셋째, 구성의 원칙
쓰여진 글의 순서를 바꾸어 놓았을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부분이 없는가를 살펴보고, 문장 구성을 변경하여 주제 전개의 양상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퇴고를 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세부 사항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전체의 검토
·자기가 쓰고자 했던 내용이 충분히 표현되었는가, 주제는 확실히 자기가 말하고자 의도했던 대로인가, 좀 더 정확한 주제문을 나타낼 수는 없는가.
·요점이 잘 드러나고 있는가, 주제 이외의 다른 부분이 오히려 강조되어 있지는 않은가,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혹시 없는가.
·세부적인 항목들이 모두 주제와 연관되고 조화되어 있는가, 중심 줄거리와 어긋나는 항목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까다롭거나 모호한 항목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2) 부분의 검토
·모든 단락이 하나의 주제 아래서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있는가, 강조는 적절한가, 각 부분은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비율로 쓰여지고 있는가.
·부분과 부분의 관계는 논리적으로 명료한가, 한 의견에서 다른 의견으로 옮아갈 때 그 발전을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는가.
3) 문장의 검토
·각개의 문장은 내용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가, 문법과 문맥에는 이상이 없는가.
4) 낱말 등 용어의 검토
·낱말은 정확히 사용되고 있는가, 잘못 이해된 용어는 없는가.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가 설명없이 쓰이고 있지는 않은가.
·잘못 쓴 글자나 빠진 글자는 없는가.
5) 최종 종합 검토
·낭독을 하면서 어색한 곳이 없는가를 살펴본다.
·맞춤법이 잘못된 곳은 없는가, 부호가 잘못 사용된 곳은 없는가를 살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읽어본 후, 그 글이 발표된 이후 후회할 부분은 없겠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위의 항목들을 중시하면서 함께 생각해야 할 문장 평가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알기 쉽게 쓰여졌는가.
② 가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가.
③ 주제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져 있는가.
④ 구체적이며 설득력 있는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⑤ 논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⑥ 단락 상호간의 연결이 긴밀히 잘 되어 있는가.
⑦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으며 표현 능력이 풍부한가.
⑧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용어를 사용했는가.
⑨ 문법과 서식에 맞추어 썼는가.
⑩ 독창성이 있는가.
2. 뒷손질
가장 힘이 드는 초고를 작성하고 나서 이를 다시 읽어보면, 필요없는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좋은 논문을 쓰려고 할 때에는 초고를 되풀이해서 읽어보면서 필요없는 부분들을 차례로 삭제하여서 버려야 한다.
짧은 논문을 쓰려고 할 때에는 초고를 길게 작성하였다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 버려야 한다. 잘 손질된 논문이란 다름 아니라 필요한 것은 모두 포함하면서 필요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포함하지 않는 논문을 말한다. 초고가 완성되면 얼마 동안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퇴고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시간적 여유를 가진 뒤에 그 논문을 다시 읽어보면 비교적 객관적인 검토가 가능하다.
원고(초고)의 퇴고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마치 그 초고를 처음 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읽는 것이 객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초고를 읽어 줄 사람이 있으면 그로부터 객관적인 비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논문 초고에 과연 자기의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어 있는지를 검토해야하며 애매한 문장이나 문법적인 잘못도 아울러 수정해야 한다.
논문을 최종적으로 손질 할 때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구두점 등의 형식적인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