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호하는 소비 코드 중 하나가 바로 '렌탈'입니다. 정수기, 비데 등은 구매만큼이나 렌탈이 보편화된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월 2만 원의 사용료를 내면 최신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필터 교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3년 후에는 소유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렌탈서비스는 관리 서비스가 포함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3년간 사용료 총액은 72만 원, 만약 정수기 가격이 60만 원이라면 소비자는 정수기 3년 동안의 관리 서비스를 12만 원에 사는 셈이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3년 간의 사용료를 현재가치로 계산한 후의 합계를 정수기의 가격과 비교해야 하지만 정수기를 렌탈하면서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정수기가 아닌 자동차처럼 가격이 비싼 상품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랜저 HG 240의 3년 약정 렌트비는 월 81만 원으로 3년간 렌트비 총액은 2,916만 원입니다. 이는 HG 240의 구매 가격(2,976만 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정수기처럼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도 아닙니다. 언뜻 보면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자동차 렌트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현재가치 할인법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직접 사는 것과 빌리는 것, 과연 어느 쪽이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만약 빌리기로 했다면 리스와 렌트 중 어떤 임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일까요? 이제부터 현재가치 할인법을 이용해 각 소비 안의 가치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매, 리스, 렌트의 경제적 차이
먼저 자동차 리스와 렌트가 구매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리스(운용리스)와 렌트는 36개월, 48개월, 60개월 등 장기로 자동차를 임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임대 기간 종료 후에는 미리 합의된 잔존 가치를 지급하고 차량의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 구매 시에 나오는 취등록비는 소비자가 낼 필요가 없지만, 만기 구매 시에는 잔존가치(유형자산의 내용연수가 다했을 때 남아있는 가치)에 따라 계산된 취등록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렌트가 리스와 다른 점은 보험료를 업체가 부담하고, 정기적인 차량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또 휘발유 전용 모델의 경우에도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스와는 달리 연간 약정 거리도 없기 때문에 장거리 운행자에게 유리합니다.
잔존가치 높을수록 리스 · 렌트비 낮아진다
리스와 렌트 비용은 A업체의 가격을 참조했습니다. 임대할 자동차는 앞에서도 언급한 그랜저 HG 240 모델이며 초기 구매비용은 2,976만 원입니다. A업체의 리스비는 36개월일 경우 월 727,800원, 48개월일 경우 월 657,900원입니다. 렌트비는 36개월일 경우 월 811,800원, 48개월일 경우 월 729,080원입니다. 렌트비가 리스비보다 비싼 이유는 보험료, 정비서비스 등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나 렌트 모두 임대 기간이 길수록 월 사용료가 낮아집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월 사용료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잔존가치(리스나 렌트 계약 만기 이후의 차량 가치)입니다. 월 사용료에는 업체의 서비스 비용 외에 차량의 감가상각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예정된 총 감가상각비용은 낮아지고 총 부담하게 되는 사용료도 낮아집니다.
리스의 경우 예정된 잔존가치는 36개월 49%, 48개월 42%, 60개월 36%입니다. 감가상각비의 특성상 초기 1, 2년의 상각률은 매우 높은 반면, 3년 이후 상각률은 점차 낮아집니다. 어떤 물건이든 새 것이었던 것이 중고가 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그 후에는 점차 가격 하락폭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임대기간이 장기가 될수록 기간당 감가상각비용이 낮아져 월 사용료도 낮아지게 됩니다.
선수금에 포함된 렌탈 업체의 기대 수익률
자동차 렌트나 리스 시에 일정 비율의 선수금을 주면 월 사용료를 줄여줍니다. 36개월 리스의 경우 자동차 초기 비용의 10%인 2,976,000원을 선수금으로 내면 월 사용료가 98,000원 낮아집니다. 36개월 렌트의 경우에는 선수금이 10% 늘어날 때마다 94,600원의 월 사용료가 줄어듭니다. 이 경우 3년 원금 2,976,000원에 적용된 월 사용료의 할인율을 구해보면 리스는 12%, 렌트는 9.4%로 산출됩니다. 여기에는 해당업체가 리스와 렌트에 대해 기대하는 수익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가치 할인법을 살펴보기 전에 구매와 리스, 렌트 등 각 구매방식의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리스와 렌트는 모두 자동차를 대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으나, 부가 서비스와 비용부담 주체가 업체이냐, 빌린 사람이냐에 따른 차이점도 있습니다. 또한 렌트는 LPG 차량도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렌트와 리스 비용에는 잔존가치의 개념과 선수금 정도에 따른 대여 업체의 기대 수익률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예정된 총 감가상각비용은 낮아지고 총 부담하게 되는 사용료도 낮아집니다. 선수금 지급에 따른 월 할부금 할인 폭이 높을수록, 해당업체가 리스 혹은 렌트로부터 기대하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Writer. 김희준
현대자동차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