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자는 허먼 밀러 社 에서 만든 에어론 체어다.
정가가 천불이 넘는 비싼 의자다.
얼마전 퍼시스에서 새로 나온 ITIS3 라는
의자를 무료로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한 이십년 쯤 전에 어르신들이 했을 법한 말이 튀어나온다
"국산도 이제 좋네"
가격이 허먼밀러의 반의 반도 안되는 이 의자는
일주일 정도 밖에 쓰지 않은 탓에
소재의 고급성이나
내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지만
손색이 있을것 같지 않다.
직업때문일까.
그 손색없음이 오히려 안타깝다.
허먼밀러와 ITIS3를 나란히 놓고 보니
변별력은 딱 하나 브랜딩이다.
디자인 상도 많이 받은 이 의자가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고
그냥 "일반의자 라인" 의 "새상품" 으로 등장한것은 의외다. 그리고 유감이다.
아래는 어디선가 읽은 허먼밀러의 에어론 체어에 대한 Story 이다.
"Herman Miller 는 전대미문의 Equa Chair를 탄생 시켰던 Don Chadwick 과 Bill Stumpf 두 디자이너에게
기존의 개념들을 깨끗이 지우고, 모양이나 소재에 대한 아무런 가정도 없이
의자가 사람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 가에 대한 개념만으로 새 제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사무용 의자의 표본과도 같은 에어론 체어다
허먼 밀러는 환경의 중요성을 행동으로 옮기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에어론 체어 역시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든 베이스, 재활용 폴라이머를 이용한 프레임 등 많은 부품들이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졌다.
중략.
Aeron Chair는 모든 기대치를 만족시켰을 뿐 아니라 기대를 초월해 버렸다.
여타의 어떤 의자와도 모양이 같지 않은 이 의자의 혁명적인 개념은 Herman Miller의
종래 어떤 개발 프로그램 보다 도 많은 특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켰다.
“차별화는 Aeron 디자인 전략의 큰 부분이었고, Aeron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아니지만
중요한 측면 중의 하나였다.” 라고 디자이너 Bill Stumpf 는 말한다.
의자를 보지 않았는데도 막 사고 싶지 않은가.
ITIS3에는 이런 스토리가 빠져있다
리뷰 이벤트 덕분에
다른 블로그에도 ITIS3에 관한 스토리들이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스토리들은 대부분 "감성"이 아니라 "이성적인 글"들 뿐이다
" 어디가 어떻게 작동하고 이게 이렇게 움직이고 저게 저런 기능이 있고,
배달직원이 친절하고, 듀오백보다 좋네 나쁘네."
그냥 여러 문체의 매뉴얼이 돌아다닐 뿐이다
그런 "합리적인" 리뷰들이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자극할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합리적인 소비자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늘 "가격대비" "내게 맞는" 등의 "합리적인" 마음을 안고 산다.
이성으로만 접근하면
의자에 백만원넘게 지불하고, 허먼밀러의자가 아니라 허먼밀러를 사랑하는
"불합리한 소비자"를 만날 수가 없다.
네이버 직원들이 모두 허먼밀러에 앉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의자의 품질 보다 그 의자에 담긴 "이야기" 에 기인한다.
"작품"이 되고 애정의 대상이 되려면 때론 "이성" 보단 "감성"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앉아보고 꼼꼼히 리뷰해보지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브랜드에 담긴 스토리와 철학만 들어도 무리해서라도 갖고 싶어 몸살나게 하려면
"감성"이 필요하다
우리중 누가 아이팟의 음질이 옙보다 더 좋아서 사는가.
아이팟을 땅에 던져보고 내구성을 논하길하나
부품을 해체해보고 바가지썼다고 푸념하길 하나.
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 인 설명 대신
짧은 스토리 광고 두장(실화다)으로 리뷰를 갈음하는 이유다.
(ITIS3를 선물 받아 의자가 두개가 되서, 허먼밀러가 발받침으로 활용된다는 뜻)
왼쪽이 허먼밀러, 오른쪽이 ITIS3 . 허먼밀러를 벼룩시장에 내놨다.
"명품" 허먼밀러와 "신상품" ITIS3의 차이는
제품의 완성도나 품질이 아니라
딱 "브랜드전략" 만큼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좀 바꿔주고 싶다.)
어제까지 내 의자는 허먼 밀러였고
지금 내 의자는 퍼시스 社 에서 만든 ITIS3 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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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yjyljy&folder=104&list_id=109279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