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arURL

조회 수 69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천 원이 가져다 준 행복


그날따라 대형할인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모두 카터에 물건들을 가득 싣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할인점 안에서 불행한 사람은 없어보였습니다.
나 역시 바쁘게 할인점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제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수용품을 사는 김에 남편 선물로는 튼튼해 보이는 새 등산화를 샀고
아들 녀석을 위해서는 특별히 큰 맘 먹고
녀석이 그토록 목매어 사달라고 조르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샀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계산대 역시 북적거렸습니다.
어림잡아 한 20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옷은 초라하게 입고 있었지만 눈매가 총명했으며 착하고 똘똘해보였습니다.
내 눈길을 한 번 더 잡아끈 것은 그 아이가 들고 있는 작은 꽃병이었습니다.


`저 꽃병 하나 사려고 이렇게 오래 줄을 서 있다니...
아이 엄마는 어디 갔지?`


그 아이는 입을 꼭 다문 채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자
깨질세라 꽃병을 자기 키 높이만한 계산대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계산원은 기계적으로 바코드에 식별기를 갖다 댔고 가격을 말해줬습니다.
"6천 8백 원이다."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6천 8백 원이라구요? 이상하다 4천 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네가 선반에 붙은 가격표를 잘못 봤나보구나.
위쪽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봐야 하는데 밑에 있는 가격표를 봤구나."
"4천 원밖에 없는데···."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기가 딱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켜봤습니다.


순간 나는 계산대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가만히 있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자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빨리 빨리 합시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요."


계산원도 거들었습니다.
"어떻게 할 거니? 다른 걸 골라오든지,
아니면 집에 가서 돈을 더 가지고 와라."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보다 못한 내가 얼른 천 원짜리 세 장을 계산원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걸로 일단 계산 해주세요."


" 아 아이를 아세요?" " 아니요. 그냥 해주세요."
계산이 끝나자 아이는 계산대 옆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을 한 후 카터를 밀고 나오자 아이가 내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거스름돈 2백 원을 내밀었습니다.
"그건 놔둬라.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가셨니?"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지난 여름에 돌아가셨어요."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 너 혼자 이 꽃병을 사러 왔니?"
"지난 번에 엄마 산소에 갔는데 엄마 산소 앞에만 꽃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아빠하고 같이 오지 그랬니?"
"아빠는 병원에 계세요. 집에는 할머니밖에 안 계세요."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꽃병을 가슴에 안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제발 그 아이가 더 이상 큰 아픔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난 그날 단 돈 3천 원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샀습니다.
                                         -출처 : 한 달이 행복한 책(유 린 지음)


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 순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만으로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마음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아픔과 어둠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간직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사랑한다고 말로만 하지 않았나 잠시 생각해 봅니다.
작은것 에서도 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성숙한 우리 LH 노조(勞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LH 사내 게시판 - 김성국 계장님

?

자유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올려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0 일반 2023년도 하반기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및 부속병원 일반직원 공개채용 file JaeSoo 2023.07.20 1661
299 일반 아내가 써준 편지가 너무 좋다. (트위터 @drw_lovely) 1 file JaeSoo 2023.07.05 4400
298 일반 전설적 토렌트(torrent) 사이트 RARBG 운영종료 (Legendary Torrent Site RARBG Shuts Down) file JaeSoo 2023.06.01 863
297 일반 제 남편의 불만이 이해가 가십니까? JaeSoo 2023.04.03 256
296 일반 나의 Tableau Journey file JaeSoo 2023.03.24 197
295 일반 학교가 흡연학생 보건소 신고해 과태료 부과 '논란' file 나우리 2016.10.09 454
294 일반 1억짜리 창업지원사업을 포기하며 JaeSoo 2016.08.26 393
293 일반 이 청년의 재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file 법법 2016.08.24 414
292 일반 (강스포/팜플렛사진) 오늘 개봉한 신 고지라 방사열선 file 누누 2016.08.24 377
291 일반 믿고 거르는 창렬푸드 file 누누 2016.08.24 428
290 일반 삼성 마케팅 클라스 file 마마 2016.08.24 387
289 일반 아기에게 개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해주는 전문가 file 이이 2016.08.24 458
288 일반 [긴급]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관련 몰카영상 JaeSoo 2016.07.22 443
287 일반 베테랑 유아인 "어이가 없네"의 몇가지 설 - [우리말 안다리걸기] 5. '있다'는 없고 '없다'만 있는 말 file JaeSoo 2016.07.12 405
286 일반 소개팅 했는데 저보고 속물이래요 file 6164 2016.07.12 384
285 일반 에로배우로 활약하다 일본가서 포르노 찍은 배우 진주희 인터뷰 file JaeSoo 2016.07.06 11494
284 일반 한국에 사는 러시아 10대 소녀 file 한한 2016.07.05 458
283 일반 차선 추월은 한개씩 file 차차 2016.07.05 314
282 일반 강도 제압하는 미국 소방관 file 강강 2016.07.03 341
281 일반 자동차 타고 가다 물에 빠졌을 때 탈출법 file 법법 2016.07.03 25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


즐겨찾기 (가족)

JAESOO's HOMEPAGE


YOUNGAE's HOMEPAGE


장여은 홈페이지


장여희 홈페이지


장여원 홈페이지


즐겨찾기 (업무)

알리카페 홀릭

숭실대 컴퓨터 통신연구실 (서창진)

말레이시아 KL Sentral 한국인 GuestHouse


즐겨찾기 (취미)

어드민아이디

유에코 사랑회

아스가르드 좋은사람/나쁜사람

JServer.kr

제이서버 메타블로그

재수 티스토리


즐겨찾기 (강의, 커뮤니티)

재수 강의 홈페이지


한소리


VTMODE.COM


숭실대 인공지능학과


숭실대 통신연구실


베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