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03 03:04
구글·아마존 이용자 취향에 따라 맞춤형 결과 보여줘
당신 입맛에만 맞는 결과 보여 줄 수도… 사실을 말하는지 제대로 판단해야
생각조종자들
엘리 프레이저 지음|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354쪽| 1만5000원
미국에 잠시 살 때 일이다. 인터넷시장, 아마존에서 카메라를 한번 찾아본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내가 다른 사이트를 열었을 때도, 내가 검색했던 카메라 광고가 나왔다. 아마존이 내가 그 카메라를 검색했다는 정보를 판 것이다.
내가 누군지 광고업체들은 어떻게 알까? 일단 아마존은 내가 물건을 사기 위해 로그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 이름·주소·신용카드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존은 내가 당시 사용한 컴퓨터에 쿠키라 불리는 일종의 추적장치를 심어 놨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를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볼 때는 한국의 '할아버지 보쌈' 광고가 뜬다. 나는 외국 신문 사이트를 보고 있는데, 한국의 내 컴퓨터 화면에는 동네 체인점 광고가 나온다? 섬뜩하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은 지난 2009년 사람마다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당신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싸구려인지 고가품인지, 주로 경제 뉴스를 보는지 정치 뉴스를 보는지, 구글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기록해 놓았다가 당신에게 맞는 검색 결과를 보여 준다.
책의 저자는 2명의 미국 북동부 출신 고등교육을 받은 좌파 성향의 젊은 여성 2명에게 영국의 세계적 석유업체인 BP를 검색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구글은 한 사람에겐 투자 정보를 한 사람에겐 석유 유출 사고에 관한 뉴스를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고 했다. 또 검색 결과 숫자도 한 사람은 1억8000만개, 다른 사람은 1억3900만개로 달랐다. 비슷한 성향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비슷한 검색결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평소 그 사람이 무엇을 검색했고, 어떤 정보를 봤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구글은 말 그대로 개인별 정보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IT(정보기술)업체들은 자신들이 쌓아 놓은 정보를 가지고 당신을 재단한다. 문제는 일단 당신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그걸 쉽게 바꾸지 않는다. 예를 들어 평소 보수적인 뉴스를 많이 보던 사람이 이제 진보적인 시각의 뉴스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검색을 하면 구글은 보수적인 시각에서 진보를 비판한 글을 맨 위에 올려놓는다.
검색 엔진이 공정하고 타당한 결과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검색 엔진이 내 입맛에 맞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고 여론이 이렇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늘 오판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내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락 가능성을 물어보는 사람이 다 주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검색 엔진은 '정밀하고 과학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밀하고 과학적인 검색 엔진이 말해 주는 것은 아무리 잘 쳐줘도 '사실'에 불과하다. '진실'을 말해주진 않는다. 사실 몇개를 솜씨 좋게 잘 묶어 놓으면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인터넷 서비스의 최근 트렌드를 '필터 버블'이라 부른다. 인터넷 업체들이 무서울 정도로 정보를 필터링하고 있다는 의미다. 책의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다.
평소 지나치게 진화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필터 버블이 어느 정도 진화했으며,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준다. 이제 현실적으로 IT(정보기술)와 무관한 삶을 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정보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가려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 어느 정도 그런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02/20110902024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