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갔다 왔어요
byKim NayoFeb 27. 2025
홍콩 갔다 왔어요
내가 처음 들었던 홍콩 간다라는 말은 소위 뿅 간다 라는 의미였다.
그 유래를 보면 1960년대 시작된 속어로 홍콩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유럽인 영국령인 데다가 자본이 엄청난 황금의 땅 같은 환상, 면세품, 그 당시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성의 개방성에서 오는 부러움과 동경의 의미로 떠 올랐던 것이리라.
요즘은 그 말이 여전히 살아 있어도 더 이상 마음에 닿지 않기에 현 홍콩 거주자인 나로서는 피식거릴 뿐이다.
“뭐가 홍콩이 좋다는 건가.”
홍콩 주재 한국인이라면 이 의문을 서로 주고받는 일이 누구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너무 습하다. 집은 곰팡이와의 전쟁이다.
길 가다 치이는 양 떼처럼 많은 사람들, 길 가며 여기저기에서 너무 쉽게 맡을 수 있는 괴로운 담배연기.
복작거리는 건물에선 엘리베이터를 길게 줄 서서 타야 한다는 것이 상상이 가는가?
게다가 대부분 영어가 통하지 않는 택시와 로컬 식당.
무엇보다 치명적인 물가와 집세.
가난한 홍콩인은 결혼을 해도 집을 못 구해 각자 그대로 자기가 살던 가족과 살기도 한단다.
물론 홍콩의 큰 매력을 꼽자면 또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홍콩의 먹거리 중 서민들의 싸고 맛난 국수, 거리 음식들은 매우 중독성이 있다.
우리로서는 베트남 쌀국수에서 경험해 본 고수향을 많이 맡을 수 있는데 염증에 좋은 고수는 습하고 더운 나라에서는 꼭 먹어줘야 할 음식 중의 하나이다.
생활에서 느끼는 편리함 또한 상당한 매력적인 것 중 하나.
홍콩의 전철역은 무지개색이다.
색깔별로 전철역 벽을 칠해 놓아 내가 내려야 할 전철역을 색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전철을 타러 내려가는 에스칼레이터를 탈 때 길어서 놀라고 속도가 매우 빨라서 놀랜다.
또한 매 2-3분마다 전철이 온다.
홍콩 역시 교통마비가 있어 버스는 가끔 정처 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거의 시간이 정확한 편이다. 깨끗한 2층 버스 타는 것이 매우 즐겁다. 작은 마을버스도 곳곳에 다녀 교통 노선이 매우 좋다.
곳곳의 산마다 하이킹을 위한 수많은 길은 정말 자랑할만하다.
대부분 주택가와 도심 속에도 공원과 산책로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
바로 옆 중국 심천으로 나가 여행, 쇼핑과 비즈니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작은 홍콩 생활에서의 큰 재미이다. 또한 한국과는 비행기로 3시간 반.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이니 언제든 쉽게 왕래가 가능하다.
우리가 한때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홍콩.
요즘은 그 홍콩에 한국 제품과 식품들이 인기 속에 넘쳐나고 있으니 홍콩 쇼핑이란 말은 어떤 면에서는 무색해졌다. 그 유명하다는 홍콩 야경도 서울 야경이 이제 대적할만하다고 본다.
어찌 홍콩뿐인가.
더 멀고 먼 중동에서도 히잡 쓴 젊은이에게 “안녕하세요”라는 한국 말과 함께 그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옛날 해외에서 흔히 들었던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묻는 말은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이젠 한국인이냐고 늘 정확하게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 대한 위상이 높아진 오늘날!
이제는 그 어느 나라에서는 한국 간다는 말이 긍지와 자존감을 갖는 의미로 쓰이길, 홍콩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해 본다.
아니, 아니. 이미 한국에 대한 신조어가 어느 나라에서는 그리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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