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원리는 '한글 맞춤법'에 명시되어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가 그것이다. 이 규정은 대단히 명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띄어쓰기의 기본 단위인 '단어'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글_정희창 ㅣ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바다가, 학교를'에서 '가, 을'과 같은 조사는 국어에서 한 단어이지만 띄어 쓰기 어려운 의존적인 요소이다. 의존적인 요소란 자연스러운 발화에서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 어미와 조사, 접사 등을 말한다. '먹는구나', '먹겠다', '밭에서'의 밑줄 친 부분 이들은 의존하고 있는 대상과 띄어 쓰는 일이 없다. 의존적인 말들은 여러 개가 겹치더라도 띄어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에서처럼만'은 세 개의 조사가 나타났지만 띄어 쓰지 않는다. 흔히 문장을 연결할 때 쓰는 '뿐만 아니라'는 '뿐'과 '만'이 의존적인 요소이므로 단독으로 쓰기 어려우므로 '그뿐만 아니라'와 같이 써야 한다. 이에 비해 자립적인 말들은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경우에만 붙여 쓰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노루'와 '귀'는 의미를 예측하기 어려운 '미나리아재빗과의 풀'을 뜻할 때는 한 단어이지만 의미를 예측할 수 있는 '노루의 귀耳'라는 의미일 때는 한 단어가 아니다. 사전에는 한 단어인 식물명 '노루귀'만 실려 있으므로 '노루의 귀'라는 의미일 때는 '노루 귀'로 띄어 써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의미가 생겼는지의 여부와 함께 다른 요소의 개입 여부 또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선물을 받아 가라.'의 '받아 가다'는 '받다'와 '가다'의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받아서 가라'처럼 중간에 '서'가 끼어들 수도 있다. 이는 '받아 가다'가 띄어 써야 하는 구조임을 보여 준다.
그때그때 달라요~ 기능과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띄어쓰기
띄어쓰기를 할 때 어려운 부분이 문법적인 기능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경우이다. '이 일을 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의 '데'는 뒤에 조사 '에'가 결합할 수 있으므로 의존 명사지만 '집에 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의 '가는데'는 뒤에 조사가 올 수 없으므로 어미일 뿐이다. '총무과에서 다음과 같이 통보하여 온바 참조하기 바람.'의 '온바'는 붙여 쓰지만 '총무과에서 통보하여 온 바 다음과 같으니 참조하기 바람.'의 '온 바'는 띄어 써야 한다. 전자에는 '온바가'처럼 조사의 결합이 불가능하지만 후자는 '온 바가, 온 바는'처럼 조사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의 구조에 따라 띄어쓰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제조업체'와 '경쟁 업체'의 경우 '제조업체'는 '제조업+체'의 구조로 파악하여 '제조업체'가 된다. 하지만 '경쟁업체'는 '경쟁업'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경쟁+업체'의 구조로 파악하여 '경쟁 업체'로 띄어 쓴다. '귀 회사'와 '귀사'의 차이도 이와 비슷하다. '회사'는 자립적이므로 '귀 회사'로 띄어 쓰지만 '사'는 자립적인 요소가 아니므로 '귀사'와 같이 붙여 쓸 수밖에 없다.
알아두면 좋아요! 다양한 띄어쓰기의 원칙
한편 수량 표현의 집합이 무한할 경우에는 띄어 쓰지만 유한할 경우에는 띄어 쓰지 않는다. '일 등, 이 등, 삼 등……'과 같이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의 말은 띄어 쓰지만 '일차 산업, 이차 산업, 삼차 산업'과 같이 유한한 경우일 때는 띄어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전문어'와 '고유 명사'에 대해서는 띄어쓰기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전문어와 고유 명사는 모두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문어는 붙일 수 있고 고유 명사는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한꺼번에 붙여 쓰는 것보다 빗금처럼 단어별로 나눠 쓰는 것이 좀 더 이해하기가 쉽다. 고유 명사의 '단위'는 자연스러운 직관상의 경계라고 할 수 있다. 단어별로 띄어 쓴 '서울/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보다는 단위별로 띄어 쓴 '서울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이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전문어, 고유 명사와 함께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것이 '수의 띄어쓰기'이다. '스물여섯'은 단순히 '26'의 의미이므로 '스물 여섯'으로 띄어 써야 할 듯하지만 '수는 만 단위로 띄어 쓴다.'는 규정에 따라 '스물여섯'으로 붙여 쓴다.
한편 외래어는 원어의 띄어쓰기에 따라 띄어 쓴다. 하지만 원어에는 띄어 썼지만 관용상 붙여 쓰는 것들이 존재한다. '아이스크림, 홈런, 골인' 등이 그러한 예이다. 여기에 덧붙여 음운론적 융합이 일어난 경우애드벌룬, 에어컨도 띄어 쓰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korean.go.kr/online/board/text_view.jsp?boardId=1&idx=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