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종류를 나눌 때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누고 자본 성격에 따라 외국계기업, 외국기업으로 나눈다. 그리고 업종과 법인의 형태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기업의 종류와 다른 형태인 협회/단체로 분류되는 조직이 있다. 국내 수 많은 협회 중에서 한국 로봇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로봇산업협회 사업지원팀 김상필 팀장을 만났다.
자신의 일이 사회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과 주위의 여러 유혹에 아랑곳 않고 묵묵히 주어진 자기 길을 가는 뚝심의 IT맨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상필 팀장
김상필 팀장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이윤창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일반 사기업과 다르게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정부와 로봇관련 기업 사이에서 로봇산업을 활성화 시킬 뿐만 아니라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선 등 우리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공공조직입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1999년 6월에 설립된 로보틱스연구조합과 2003년에 설립된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가 2007년에 지금의 한국로봇협회로 통합했다. 현재 170여개사를 회원사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로봇 업계의 대표적인 사업자 단체로 성장했다.
김상필 팀장은 사업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협회에는 사업지원팀, 전략사업팀 그리고 기반조성팀이 있다.
“로봇관련 법제도와 정책을 기획하고 각종 조사작업과 로봇인력 양성 사업을 담당하는 타 팀과 달리 사업지원팀은 회원사들의 사업 성장을 위한 정보제공, 세미나 개최 및 네트워크 형성과인사, 회계, 총회 및 이사회 개최 등의 협회 살림을 도맡아 하는 팀입니다.”
김상필 팀장이 협회에 발을 딛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김상필 팀장은 안정된 직장이라는 공무원에 도전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난 후 신원조회를 기다리던 사이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응시한 공무원 시험의 최종 결과는 신원조회가 필수였는데, 결과를 기다리는데 수 개월이 걸리더라구요. 그 짬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거죠. 지금의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전신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제도개선과에서 였죠. 최종 합격을 하지 못해서 아예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본격적으로 협회 관련 일을 하게 됐어요.”
그로부터 김상필 팀장은 8년 동안 정보통신 분야의 법제도 개선활동을 필두로 위성통신, 전자상거래, 부가통신/별정통신, Y2K, 인터넷정보가전과 홈네트워크 업무까지 정보통신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전공, 오히려 더 넓은 경험의 계기로 삼아
김팀장은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대다수 동기들은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김팀장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다는 것일 졸업하기 전에 일찍 깨달았다.
“제가 대학을 입학할 당시에 컴퓨터 관련 전공은 꽤 인기있던 학과였어요. 저도 막연히 취업하기 좋은 학과라는 이유만으로 전공을 선택했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됐죠. 그래서 프로그램밍 대신 정책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최근 상당수 학생들은 전공 이외에 복수전공을 하거나 편입을 하지만 김팀장은 전공과 연결된 또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가진게 전화위복이 됐던 셈이다. 컴퓨터를 전공했기 때문에 IT 용어와 흐름을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에 관련 협회에서 더 빛을 발한 것이다.
“처음 IT 업무를 할 때 관련 용어와 축약어를 이해하는데 전공이 큰 도움이 됐어요. IT 업계는 새로운 용어가 다른 분야에 비해 휠씬 빠르게 만들어집니다. 관련 영어기사나 자료에 나오는 새로운 흐름을 비전공자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데 유리했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데는 열정이 중요
그렇지만 협회와 관련된 업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겠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제일 중요합니다. 각종 정책이나 업계 동향을 미리 파악해야 하고 각종 기획 자료를 만드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 선택과 문맥 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단순히 글 잘 쓰는 능력보다 결론의 문맥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기 위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이 중요하죠.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 입니다.”
김팀장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해 왔을까. 또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왔을까.
“저는 신문과 독서에 중점을 뒀어요. 협회에서 정책기획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 정책의 방향이 산업간, 나라마다 비슷하다보니 그런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벤치마킹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과 책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스크랩하고 출처를 메모해 두는 습관이 중요하더라구요.”
김팀장은 이런 습관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쉽게 찾고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김팀장 방식의 지식 축적 및 관리 방법인 셈이다.
그렇지만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말을 한다. 시간이 갈 수록 지식에 대한 갈증이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업무를 하면 할 수록 지식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 업무가 사고 습관과 직결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가 필요합니다. 인터넷 시대에 수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야 정책 기획에 이용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협회 회원사는 물론 정부 기관 공무원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야 합니다. 그 분들과 대등한 수준이 되어야 일이 되기 때문이죠.”
깊은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정책기획 업무의 필수
인터뷰 동안 김팀장은 기술과 정책 그리고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협회 업무를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두 가지를 조언한다. 깊은 사고력과 커뮤니케에션 능력이 그것이다. 깊은 사고는 통해 산업과 정책을 파악하고 각종 기획업무를 하는데 중요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많은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동향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팀장이 협회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무엇일까.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별정통신 업무를 꼽는다. 흔히 인터넷 국제전화로 알고 있는 이 분야는 WTO 통신협상 이후 국내 통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KT, SKT 등의 기간통신망을 임차하여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그리고 2000년 초반에 국내에서 낯설었던 홈네트워크 개념을 보급했던 일도 떠올린다.
“그야말로 정말 맨땅에 해딩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인터넷 국제전화는 우리나라에는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든 경우고 홈네트워킹 분야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없던 개념이 도입된 경우거든요.”
김팀장은 2003년 결혼해 아이1명이 있다. 일이 힘들고 야근이 잦고 술자리가 많아 힘에 부칠 때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협회 업무는 높은 연봉이나 명예보다 사회 기여에 대한 소명감과 자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럴 수록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에 자부심이 생기고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십 수년간 한 분야에 매진해 온 김팀장에게는 어떤 멘토가 있을까. 그는 이 질문에 고민의 여지 없이 바로 한 사람을 호명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근무하는 송윤호 실장이 그다.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부족한 저를 가르쳐주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만큼 그 분들이 가지고 계신 특성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분야를 알게 됐죠. 그 중에서도 송윤호 실장님은 온화함 속에 강력한 추진력이 숨어 있는 분입니다.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해야 할 일을 이해시키고 직원들이 능동적인 생각을 갖고 책임감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방향 제시를 해 주시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묻는 질문에 김팀장은 천연덕스럽게 너털웃음으로 답했다. 비전과 미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로봇관련 일이 장차 미래에는 우리 사회에 큰 보탬이 되리라는 확신과 그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는 자부심이면 만족한다는 답변으로 읽혔다. 한국 로봇 업계와 함께 그의 삶이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