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역할이 자녀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다. 그중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칼 데라는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아빠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자주 챙겨주고, 옷을 입혀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아이의 애정친밀도와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아빠를 둔 아이들의 행동 유형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음을 밝혀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며 잘 웃는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가 장난을 걸면 금세 반응하며 웃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짜증을 내는 일이 거의 없다.
-아빠가 ‘안 돼’라고 말하면 잘못된 행동을 바로 멈춘다.
-새로운 놀이를 시도하는 걸 즐긴다.
-엄마와도 친밀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빠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연구 자료로 ‘아빠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빠 효과란 아빠가 아이의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이가 학업 성취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아빠 효과는 영국의 국립 아동발달연구소에서 30여 년에 걸쳐 7세, 11세, 16세의 아동 및 청소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옥스퍼드 대학이 분석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빠와 교류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학창 시절부터 눈에 띄는 학생이었는데,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사회성, 인성, 성취 욕구 등에서도 아빠 효과를 톡톡히 경험했다.
따라서 자녀가 사회적인 성공과 행복한 가정 모두를 이루어내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열쇠인 ‘아빠 효과’를 실천해보라.
권위적인 아빠에서 친밀한 아빠로 바뀌려면 가족이 다가오기 전에 아빠가 먼저 가족을 향해 다가가는 ‘아빠 소문내기’ 방법을 사용해보자. 아빠 소문내기는 아빠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가족에게 먼저 알리는 것. 예를 들면 “아빠가 요즘 회사 일로 참 힘들단다. 너희 같으면 아빠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아빠가 기분이 우울해. 너희도 엄마가 아프면 걱정되겠지?” 같은 이야기로 자신의 고민과 심경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아이가 어리다면 함께 몸놀이를 하고 일주일에 반나절이라도 아빠와 아이 단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다. 기본적으로 아빠가 가족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가정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다행히 요즘은 권위적인 아빠도 줄어드는 추세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통로도 매우 다양하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페이스북 등 마음만 먹으면 덜 쑥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널려 있다. 아빠는 더 이상 ‘바깥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