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38·여)씨는 최근 “치킨을 사달라”는 아들을 달래다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일곱 살 아들에게 “간식으로 낭비하면 가난해진다”고 설명하자 아들은 “기계에서 꺼내면 되잖아”라고 맞받았다.
김씨는 “장 보러 가면서 가끔씩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들렀는데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더니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아이에게 경제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이라도 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영·수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경제 교육’이다. 어릴 적부터 경제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올바른 소비 습관과 자립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경제 교육을 언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설날 세뱃돈이나 정기 용돈 등 ‘용돈’을 활용한 경제 교육을 추천한다. 조윤정 파워경제교육연구소장은 “경제 교육의 핵심은 용돈 교육”이라며 “용돈을 제대로 관리하게 하면서 자립심과 계획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이나 입학하면서 용돈을 주면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최형순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은 “500원과 1000원을 구분하기 시작할 때가 용돈 교육의 적기”라며 “용돈 액수는 가정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하는 걸 다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게 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이가 용돈 인상을 요구하면 매년 혹은 매달 협상을 통해 용돈 인상 요청 사유와 사용 계획 등을 적게 한 뒤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용돈 기입장을 만들어 예산을 미리 짜고 결산까지 하면서 자기가 계획한 대로 소비가 됐는지 확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돈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주는 게 좋다. 김찬호 참다운경제교육 대표는 “용돈은 1학년 때는 2~3일 주기로 1000원씩 주고, 2학년 때는 일주일에 2000원을 주는 식으로 정기적으로 주되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기를 길게 해야 계획성을 키울 수 있다”며 “용돈도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이 엄격하게 관리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홈 아르바이트’다. 홈 아르바이트란 집안일을 돕게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교육 방식이다.
김 대표는 “용돈을 조금 부족하게 주는 대신 홈 아르바이트를 통해 채우게 하면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다”며 “다만 홈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맹목적으로 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홈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자녀들이 집안일을 돕는 건 당연하지만 아직 어려서 외부에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가를 주는 것’이란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며 “본인이 당연히 해야 하는 숙제하기나 이불 개기 등에 대가를 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부모가 “나중에 커서 주겠다”며 가져가는 설날 세뱃돈도 좋은 경제 교육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최 소장은 “세뱃돈 같은 목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며 “세뱃돈을 1년간 나눠 사용할지, 아니면 모두 저축한 뒤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아 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소장도 “세뱃돈 중 얼마를, 무엇에 쓰고 싶은지 충분히 토론한 뒤 나머지는 대학 등록금 등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저축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소득이 부당하게 빼앗겼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 명의 통장이 없다면 이를 계기로 은행을 함께 방문해 통장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옛날 초등학교 시절 저축왕을 뽑았던 식의 ‘맹목적인 저축’보다는 목표가 있는 저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여전히 제1의 재테크는 저축”이라며 “용돈을 받으면 50% 정도는 저축하도록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무조건 저축하라’고 하면 저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평소 사고 싶어 하던 장난감 등을 목표로 두고 얼마 동안 어떻게 모아야 살 수 있는지 스스로 계획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올바르게 소비하는 법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조 소장은 ‘마트 전단 활용법’을 추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트 전단을 펼쳐놓고 아이에게 사고 싶은 물건을 스케치북에 오려 붙이게 한다.
그 후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꼭 필요한 물건’과 없어도 지장이 없는 ‘원하는 물건’의 개념을 설명한 뒤 필요한 물건에는 동그라미, 원하는 물건에는 세모를 치게 한다.
조 소장은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세모를 더 많이 친다. 이때 ‘원하는 게 너무 많은데 다 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가난해진다고 답한다”며 “실제로 뭔가 사고 싶을 때 동그라미와 세모를 떠올리도록 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추천하는 방법은 ‘3개의 용돈 통’이다. 용돈을 받으면 한 곳엔 저축할 돈을 넣게 하고 다른 한 곳엔 친구 생일선물 등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할 돈을, 나머지 한 곳엔 군것질 등 굳이 쓰지 않고 아낄 수 있는 돈을 넣어두고 쓰게 하는 식이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도움이 될 만한 어린이 경제 교육 프로그램
●한국은행 경제교실(bokeducation.or.kr)
●놀토 어린이 금융투자교실(www.kcie.or.kr)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www.fq.or.kr)
●기획재정부 어린이·청소년 경제교실(kids.mosf.go.kr)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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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595428&sid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