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착한 아이야’ 증후군
How stressed are you?
언니, 오늘은 이 동생이 툭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볼게. 언니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미치겠지? 툭하면 뒷목 잡고 쓰러질 일만 생기고, 만나는 사람마다 속 긁는 얘기만 하고, 집에선 식구들이 괴롭히고, 회사에선 상사가 괴롭히고, 스트레스 엄청 쌓이지? 알고 보면 언니 성격이 그 모양이라 스트레스 받는 거야. 생각만 달리하면 완전 편해질걸?
‘넌 착한 아이야’증후군
언니, 내가 교육법 책을 보다가 신기한 걸 하나 발견했어. 교육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 ‘넌 착한 아이야’ 증후군이란 게 있대. “넌 참 착한 아이야” “넌 똑똑한 아이야”라는 칭찬이 아이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거야. 아이는 부모나 어른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부모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고, 실패할 일 없는 결정만 하게 되는 거지.
심할 경우 ‘착한 척’하려고 행동을 가장하기도 한대. 왠지 어릴 적 언니가 떠오르는걸? 아니 뭐 언니가 ‘착한 척’을 했다는 건 아니고~ 흠흠. 하지만 말이야, 손해 보고도 허허, 방해받고도 실실 웃는 진짜 착한 아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지! 사람이 어떻게 100% 착할 수 있겠어? 어디까지나 내가 손해 보거나 공격받지 않는 선에서 적정량의 선(善)을 유지하는 것뿐이지.
난 가끔 언니가 그저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꾹 참는 게 아닌가 싶어. 제3자가 듣기에도 정말 어이없는 요청이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뒤에서 끙끙 앓잖아. 그리고 화나면 꼭 나한테 전화해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면서 스트레스 풀지. 언젠가 언니가 나랑 통화하다 감정이 격해져서 폭발했을 때 내가 이렇게 말했지?
“언니, 왜 나한테 화를 내. 나 그 사람 아니야. 화는 그 사람한테 내.” 언니는 속으로 삭이는 것 같겠지만 알고 보면 나한테 풀고 있는 거야. 또 다른 언니들은 아이나 남편, 친정엄마한테 풀 테고 말이야. 요즘 세상에 ‘착한 아이’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멋지지 않은 것 같아. 게다가 폭발하는 언니를 받아주는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괴로워지니까. 난 언니가 지금보다 좀 더 못돼졌으면 좋겠어.
완벽 주의자
알아, 알아. 언니가 좀 완벽주의자라는 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길 바라잖아. 회사에서는 척하면 착 알아듣는 후배들이 일을 진행해주니 언니는 컨펌만 해주고 칼퇴근, 집에 들어서는 순간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이 펼쳐지고, 똘똘한 아이들이 정돈된 공부방에서 나와 100점 성적표를 보여주는 라이프! 언니는 일과 가족 모두를 완벽하게 케어하는 멋진 알파맘!
이게 언니가 그리는 인생이지?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갭은 굉장히 크지. 덜렁거리는 부하직원은 다된 죽에 코 빠뜨리고, 가까스로 갖고 온 보고서는 실수투성이, 파김치가 되어 집에 가면 싱크대에 설거지감이 태산처럼 쌓여 있고, 옆집 아이랑 같은 학원 다니는 우리 애는 뭔가 부족하고, 낮 동안 뭘 흘리면서 놀았는지 장난감과 방바닥이 온통 끈적끈적. 우리 집도 마찬가지야.
근데 왜 언니만 스트레스 받느냐고? 언니는 완벽주의자니까. 언니의 삶을 머릿속 이상대로 세팅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거야. 회사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빠진 거 없는지 하나하나 다 챙기고, 집에 오면 정리벽과 청소벽이 발동해 쉴 틈이 없지. 세상엔 언니 맘대로 안 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복병이야. 바로 사람.
레고 블록은 정리하면 되고 흥건한 마룻바닥은 걸레로 훔치면 되지만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잖아. 언니의 삶엔 수많은 사람이 이어져 있는데 언니 생각대로 그들이 움직여줄 리가 있겠어? 게다가 언니 혼자만 완벽주의자이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군분투하는 거지.
비교 분석
언니, 친구들 만나고 온 거 아니었어?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아~ 또 스트레스 엄청 받았구만. 언니는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 써! 그럴수록 언니만 늙는다고. 사실 다른 사람과 비교만 안 해도 스트레스가 생길 일이 없지.
명품을 갖고 싶은데 지갑 형편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은 명품 소유자가 부럽고 가지지 못한 자신이 창피하겠지만, 명품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딱히 부럽지도 창피하지도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한국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지수가 다른 나라 사람보다 굉장히 높은 이유도, 한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과도한 이유도 다 ‘비교분석’하는 마인드 때문이래.
기본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사람들은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지. 솔직히 언니 정도면 엄청 행복하게 사는 거다 뭐! 남과 자꾸 비교하니까 언니가 불행해지는 거야. 사실은 물로도 충분한데 커피 마시는 옆 사람을 힐끗거리면서 맘 상하지 마.
꼬리를 무는 생각
언니, 내 말 듣고 있어? 표정 보니 회사에서 있었던 일 계속 생각하고 있구만. 언니 같은 사람들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라고. 오늘 아침 언니한테 ‘한마디’ 한 그 사람은 이미 잊고 점심 먹으러 가자며 어깨동무를 하는데 언니는 웃을 수가 없지? 왜냐하면 언니는 그걸 영원히 기억하는 사람이거든.
잠자리에 들어서도 ‘아, 왜 아까 받아치지 못했을까,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하며 낮에 겪은 일을 곱씹다 보면 잠은 안 오고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누워서 허공을 향해 하이킥을 수십 번 날리면서 이리저리 뒤척이고서야 잠이 들지. 아쉽게도, 돌 던진 사람은 다리 펴고 잘 잔다는 사실을 잊지 마!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하면 언니는 그 말이 무슨 뜻일까? 반어법으로 비꼰 것은 아닐까? 내가 이렇게 답하면 상대가 오해하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잖아. 근데 세상엔 별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인간이 정말 많더라고. 말한 사람은 이미 잊었는데 언니 혼자 고민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생각이 많으면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시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럼 언니는 또 그때의 상황을 곱씹으며 계속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화가 더 나. 결국 생각을 정리해서 “그날은 좀…” “아까는 내가 말을 못했는데…”하고 말을 꺼내게 되지. 언니, 그게 바로 뒤끝이야! 화가 난 상태를 풀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니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거라고. 이젠 그 생각, 가지치기를 해버리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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